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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note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고찰

by 브래드(Brad) 2020. 6. 7.

 브래드는 오늘도 집안일 때문에 고민이다. 매일 집안일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아내를 위해 주말은 자신이 집안일을 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집안일이라는 것이 별거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몇주간의 요리와 설겆이를 해 오는 동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주말이라 늦게 일어나서 하루가 빨리가는 탓도 있겠지만, 아침식사준비하고 밥먹고나면 설겆이, 또 돌아서면 점심 때 뭐 먹을지 고민해야되고, 고민이 끝날때쯤이면 쉴 새도 없이 점심시간이다. 점심 먹고 설겆이 하고 나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또다시 저녁걱정이다. 애들이 차라리 고기라고 구워먹자고 성화를 하면 고민이라도 덜한다지만 그마저도 엄청나게 많은 식사 준비(장봐오기, 상추씻기, 고기굽기 등)와 뒷정리(집에서 고기를 굽고 난 다음의 설겆이 양은 정말 어마어마 하다.) 또한 무시하지 못할 만큼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몇 주동안 주말마다 여유 좀 가져보려했던 브래드는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방법을 찾기로 한다.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보니, 반복되는 일들이 많았다. 밥이야 아침에 한번 해놓고 하루종일 먹을 수 있지만, 요리를 할 때마다 야채썰기, 육수내기, 식탁 정리하기 등등 비효율적으로 여러번씩하는 일들을 줄이면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을 것 같다. 하루 종일 쓸만큼의 야채를 미리 썰어놓고, 육수도 넉넉히 끓인다. 메뉴도 미리미리 생각해서 전날 퇴근시간에 장을 한꺼번에 봐왔다. 효과는 기대이상이었다. 불필요한 반복을 줄이고 나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아침먹고나서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지만, 미리 준비해놓은 야채와 육수들 때문에 점심과 저녁준비는 수월했고, 때문에 점심 설겆이 후에는 여유롭게 커피한잔 하면서 어제 못본 삼시세끼 재방송도 볼 수 있었다.

 

 커피를 마시던 브래드는 생각했다. 

좀 더 효율적으로 하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을까?

 하지만 이번에는 해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미 줄일 건 다 줄였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마른수건이라도 짜야 한다는 경영진들의 부탁을 상기하면서, 어떻게 시간을 줄일까 한번 더 고민한다. 이미 브래드의 머릿속에는 아빠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흡족해하는 아이들보다는 집안일을 하는데 들이는 시간을 줄이는 목표로만 가득차 있다. 생각해보니 여전히 시간이 많이 드는 이유는 매번 다른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야채를 준비해놓았다 하더라도 차이가 있는 재료들은 다시 손질해야 했고, 사용해야하는 냄비나 그릇도 다 달라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브래드는 한가지 동일한 메뉴를 하거나 거의 비슷한 걸로 세끼를 다 준비하면 확실히 시간을 줄일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그러면 아침을 준비할 때 한꺼번에 많은 양을 해두거나, 적어도 점심, 저녁땐 같은 재료로 조리법만 다르게 하면 될 일이었다. 설겆이를 줄이기 위해 반찬이 많이 필요없는 일품요리 위주로 메뉴를 선정하면, 시간이 많이 절약될 것 같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대 성공이었다. 밥먹는 시간 포함해서 1시간 정도면 한끼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데 충분하게 된 것이다. 브래드는 자신처럼 하면 시간이 남아돌텐데 집안일 때문에 하루종일 바쁘다는 아내가 효율성에 대한 고민을 안해서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괜히 입밖에 냈다가는 오히려 한소리 들을 걸 알기 때문에... 도대채 여자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한편, 아이들은 엄마에게 주말에 아빠가 밥 좀 안하면 안되겠냐고 엄마에게 몰래 부탁한다. 매번 똑같은것만 먹는 것도 질리고 인간적으로 주말엔 고기라도 좀 구워줘야 할 것 아닌가?

 

 브래드의 아내는 평일에 집안일로 매우 바쁘다. 야채를 한꺼번에 다듬어 두거나, 육수를 한번에 많이 우려내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몇일 동안 사용하는 팁은 이미 터득한지 오래다. 대부분의 시간은 가족들을 위해 뭘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며, 장보는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일정 수준이하로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과 남편을 바라보면 이런 시간들을 포기할 수는 없다. 

 


 

 효율성(Efficiency)이 단순히 비용(돈, 시간, 자원등)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라면, 효과성(Effectiveness)은 효율성도 챙기면서 기타 부수적인 것들까지 얻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객만족이나 잠재수익 같은것이다. 효과성을 위해서는 브래드의 아내처럼 '사람에 대한 고민'이 필수다. 그러다보면 효율성은 어느정도 선에서 양보를 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70~80년대 선진국들을 추격하기 위해 Fast-Follower 전략을 사용하면서, 효율성을 무기로 엄청난 속도의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어차피 인건비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선진국들은 한국이 효율성까지 높이면서 추격해오니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철강, 조선, 자동차 등의 제조업 분야에서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이런 변화를 지켜보았던 우리나라 제조업의 현 경영진들은 여전히 효율성의 제고가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내부 직원들에게 "적정가격에 적정수준의 품질만"을 주장하며, 비용을 절감하라고 압박한다. 값싼 인건비와 정부의 적극 지원으로 무장한 중국 제조업의 성장을 견제하려면 우리가 더 효율을 낼 수 밖에 없고, 고품질의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사치에 가깝단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는 효율성 증대를 통한 수익 극대화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지 않는다. 이미 안전, 노사관계, 윤리적인 경영, 품질 등 함께 챙겨야 할 중요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효율성'의 프레임에서는 같은 프레임에 갇혀있는 당사자들을 제외한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할 리 없다. 우리나라 제조업들의 심각한 안전불감증, 좁혀지지 않는 노사관계 등은 이런 '효율성' 프레임으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어떤 맛있는 요리를 해줘서 신나게 일을 하게 도와줄까하는 고민보다 어떻게 더 쥐어짜볼까 하는 방식으로, 안전사고가 줄어들고 노사관계가 좋아지길 바란다면 이는 정말 무책임한 처사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본래 목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는 있기나 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이미 제조강국에서 IT, 바이오등 신성장동력 산업들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새로운 기업들은 이미 키워드가 효율성이 아니다. 선진국들의 기업경영의 키워드가 효율성이 아니듯 우리나라의 많은 경쟁력을 갖춘 사업들도 이미 선진국의 '효과성' 프레임을 따라가고 있는데, 여전히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제조업은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을 따돌리지 못할 것이다. 이는 이미 우리나라가 선진국들을 따라잡을 때 증명된 사실이며,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제조업들의 '효율성'프레임을 반성해보고, '효과성'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바란다.

 

 일요일 아침, 설겆이를 하며 문득 든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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